2020년 6월 1일 집에서 8시간이나 걸린다는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했다. 지금 생각하는 8시간 거리와 2년 전에 생각하는 8시간 거리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 생각하는 8시간 거리는 어느 정도 가깝다고 생각되는 거리인 반면에 당시는 생각하는 8시간 거리는 너무 먼 거리라고 느껴지는 거리였다. 우리는 한 번도 8시간을 하루에 달려본 적이 없어서 매우 긴장했다. 더군다나 남편 혼자서 운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랜드캐년까지는 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첫날은 근처 윌리엄스 마을에서 숙박하는 일정만 계획했다.
66번 도로를 따라 달리며 오후 4시가 되어 윌리엄스 마을에 도착했다. 그냥 지나가는 장소로만 생각했었던 그곳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차도 다니고 미국 서부영화스러운서부 영화스러운 곳이었는데 아시안 혐오라는 분위기 때문에 거리를 걸어보지는 못했다. LA라는 대도시에서 살다가 만나게 된 미국 소도시의 서부 영화스러운 시골 풍경이 꽤 기억에 남았지만 직접 찍은 사진 하나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곳 사람들은 코로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처럼 마스크도 안 쓰고 식당 야외 테이블에 앉아 서로 떠들어대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겁이 났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코로나라도 옮으면 큰일 큰일.. 걸어보고 상점도 들어가 보고 할 것을 당시에는 너무 겁이 많았다.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 기대하던 그랜드캐년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그랜드캐년 내에 숙소를 정했다면 그랜드캐년에서 노을을 보고 밤에 별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윌리엄스 마을에서 호텔에만 있었던 것은 (윌리엄스 마을을 관광한 것도 아니고)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는 여행을 너무 늦게 계획했기 때문에 그랜드캐년 내에 숙소를 잡지 못했고 비쌀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쉽지도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랜드 캐년은 여러 번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되도록이면 동선을 줄이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여행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우리는 텐트를 구매하게 되고 국립공원 내에서 캠핑도 하게 되는데, 당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그랜드 캐년으로 향하는 날이 되었다. 그랜드캐년이 나타나리라고는 전혀 상상이 안 되는 길을 1시간 정도 달렸다. 그랜드캐년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이므로 우리는 고도가 높아지는 쪽으로 이동했다. 양옆으로 숲길로만 느껴지는 도로를 달리며 그랜드 캐년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나는 그랜드캐년이 아직도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사진 속 그랜드 캐년은 어떤 위치에 어떻게 놓여있다는 걸까? 우리는 주차장에서 그랜드캐년 포인트 장소로 이동하며 기대하고 고대하던 그랜드 캐년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사진 속의 그모습 그대로....
나는 눈을 비볐다. 너무 크고 멀어서 뭔가 잘 안 보이는 듯한 느낌.... 너무 크니깐 뭔가 확 와닿지가 않았다. 크다. 너무 크고 넓구나. 내 눈에 담기가....
콜로라도 강이 아주 작게 바닥에 흐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보다 내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더욱 신기했던 것 같다. 이곳에 언제나 한번 와볼까? 했었는데.. 드디어 왔구나 그런 느낌... 내 평생에 기억할 그랜드 캐년의 모습은 바로 오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관광을 했다.
그랜드 캐년 입구에서 나눠준 지도를 보니 무슨 무슨 포인트가 꽤 여러 군데에 있었다. 우리는 그랜드캐년을 포인트별로 구경하기 위해 트레일을 따라 걸었다.
아시안 혐오라는 것을 뉴스에서 너무 많이 봐서 외국인들을 보면 멀찍이서 걸어야지 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꽤 한가한 모습이었다.
여러 포인트를 구경했는데 지금 어느 사진을 보면 무슨 포인트구나 하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사우스림 관광을 이렇게 마쳤다. 결국은 그냥 하나의 그랜드캐년인 건데... 너무 넓으니 어디서 보느냐.... 의 문제이다. 그랜드캐년을 바라보니 내려가서 걸어보고 싶었다. 직접 걸어보고 그랜드캐년을 만져보고 싶었는데 저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올라 올 일이 너무 까마득했다.
그랜드 캐년을 내려가는 투어가 있다고는 하는데, 새벽에 출발해서 되돌아오기가 빠듯한 일정이고 내려가기 전 트레일 입구에는 '당신은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와야 한다'라는 푯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자신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랜드캐년은 너무 넓어서 관광객들이 구경할 수 있게 몇명 장소를 관광지로 개발해놓은 것이고 그렇게 이름 지어진 곳이 웨스트 림, 사우스림, 노스림이라는데 우리는 오늘 사우스림을 구경한 것이다.
웨스트 림은 투명 유리 위로 그랜드캐년을 걸어보는 체험이 있다고 하는데 난 너무 무서울 것 같다. 그리고 비싸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노스림에 들릴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사우스림 안녕~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노스 림에서 다시 보게 될 것이 위로가 되었다. 노스림에서 바라보는 그랜드캐년은 어떻게 다를까?
포인트 장소를 돌아보고 우리는 홀슈밴드를 둘러보기 위해 페이지로 향했다. 그랜드캐년을 둘러보다가 늦어서 페이지에 갈 때는 아주 깜깜한 곳을 운전해야 했다. 밤 운전을 어지간해선 피하고 싶은데도 앞으로도 밤 운전을 많이 하게 된다.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시간 안배인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길을 시간에 맞게 적절히 안배하기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시간안배를 더 잘할 텐데.... 무슨 인생 이야기하는 것 같네...
우리는 그랜드캐년을 오전 9시정도부터 관광을 시작해서 페이지에 밤 9시가 넘어 도착했다. 오픈한 포인트는 모두 돌아보았고 트레일을 좀 걸었으나 너무 먼 곳은 돌아보다가 되돌아왔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비지터 센터가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사진을 보니 작은 뮤지엄처럼 잘 꾸며놓았던데, 아쉽게 그랜드캐년 비지터 센터는 방문하지 못한 것이다. 2번 안 와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여행해야 하는데... 아쉽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다음에 그랜드 캐년을 방문하게 된다면 캐년내에서 숙소를 잡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랜드캐년의 노을과 별을 보고 싶고 그랜드캐년 밑으로 내려가서 콜로라도 강에서 배도 타보고 싶다. 미국 원주민들은 이곳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들은 겸손했을 것 같다. 이런 대자연을 보고 한없이 작아졌을 것이다. 욕심도 없었을 것 같다.
대자연을 바라보니 마음이 뻥~ 하고 뚫렸다. 사진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와 감동을 직접 느꼈다.
자연에서 느끼는 숭고미란 이런것일까?
그랜드 캐년~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다. 노스림에서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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